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고 “경찰서입니다”라는 말이 들리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게 정상입니다.
대부분은 그 순간부터 ‘빨리 끝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고, 그 마음이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선택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경찰 연락은 단순 참고인 확인일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피의자(입건 예정 포함)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따라서 첫 통화부터 ‘말의 기록’이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불리한 행동을 먼저 피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래에서는 실제로 많은 분들이 당황해서 저지르는 실수들 중, 특히 결과에 영향을 주기 쉬운 “바로 하면 안 되는 행동 5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법률 용어를 어렵게 늘어놓기보다는, 실제 상황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현실적으로 풀어볼게요.
먼저 확인해야 할 기본 원칙
경찰 연락을 받았을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딱 두 가지입니다.
- 첫째, 즉답(즉시 답변)을 피하고 사실 확인부터 한다.
- 둘째, 말과 자료는 “한 번” 나가면 되돌리기 어렵다.
경찰은 수사 절차상 다양한 방식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전화로 출석 요청을 할 수도 있고, 문자로 담당자와 사건번호를 안내할 수도 있어요.
이때 당장 “제가요? 왜요? 저는 안 했는데요!” 같은 반응을 하는 순간, 본인이 의도치 않게 핵심 사실을 스스로 꺼내 말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말이 나중에 조서(진술조서)로 정리되면, 본인에게 불리한 뼈대가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아래부터는 본격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나씩 짚겠습니다.
1)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하고 무작정 출석하는 행동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경찰이 “가능하면 오늘 오실 수 있나요?” “잠깐 들러서 얘기만 하고 가세요”라고 말하면,
불안한 마음에 그냥 달려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출석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준비 없이 출석하는 순간 진술이 흐트러지고, 불필요한 인정처럼 보이는 말이 나오기 쉽다는 게 핵심입니다.
왜 위험할까?
- 사건 내용, 쟁점, 상대방 주장(피해자/고소인 진술)을 모르는 상태에서 말하게 됨
-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을 “추측으로” 답해버리기 쉬움
- 불리한 단어 선택(“그때 화가 나서…”, “그 정도는 했죠…”)이 조서에 남을 수 있음
대신 이렇게 하자
통화에서는 출석 여부를 즉시 확정하지 말고, 아래를 먼저 요청하세요.
- 담당 부서/담당자 이름/연락처
- 사건번호(또는 접수번호)와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의 구분
- 출석 요청 사유(가능한 범위에서)와 준비해야 할 자료
- 출석 가능 날짜를 “검토 후” 다시 연락하겠다고 정리
그리고 출석 날짜는 최소 하루~이틀이라도 시간을 벌어 사실관계 정리를 하고 가는 게 좋습니다.
“저는 내일 오전에 가도 될까요?” 같은 방식으로 일정 조정은 통상 가능합니다.
2) “전화로 다 설명할게요” 하며 사건 이야기를 길게 하는 행동
경찰과 통화할 때, 본능적으로 억울함을 풀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전화에서 사건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상대방의 잘못을 길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화는 수사 과정의 출발점일 뿐이고, 통화 내용이 메모 형태로라도 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화는 본인이 차분하게 말할 환경이 아닙니다.
특히 이런 말이 위험합니다
- “제가 그때 좀 과하게 말하긴 했는데요…” (부분 인정처럼 들릴 수 있음)
- “그 사람도 먼저 했잖아요.” (행위 자체를 전제하는 표현이 될 수 있음)
-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추측 진술은 나중에 번복 시 신뢰도 하락)
통화에서의 안전한 스크립트
아래처럼 짧게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 “내용은 확인 후 출석해서 정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사건번호와 출석 안내를 문자로 부탁드립니다.”
- “오늘은 통화가 어렵고, 일정 확인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 목적은 “진술”이 아니라 “정보 확인 + 일정 조율”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안전합니다.
3) 상대방(고소인/피해자)에게 바로 연락해 합의나 설득을 시도하는 행동
경찰 연락을 받으면, 많은 분들이 곧바로 상대방에게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내서
“이거 오해다”, “좋게 끝내자”, “고소 취하해달라” 같은 말을 합니다.
그 마음은 이해되지만, 사건 유형에 따라서는 이 행동이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왜 위험할까?
- 상대방이 그 대화를 캡처/녹음해 “압박”, “회유”, “협박”으로 제출할 수 있음
- 스토킹/협박/명예훼손/성범죄/폭행 등 사건에서는 접촉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음
- 합의가 목적이어도, 표현 하나가 “혐의 인정”처럼 해석될 수 있음
현실적인 대안
합의가 필요한 사건이라면, 바로 연락하기보다 접촉 방식과 문구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라면, 직접 연락이 오히려 불을 붙일 수 있어요.
가능하면 변호사 또는 제3자를 통한 조율, 또는 최소한 메시지 한 줄도 ‘증거가 된다’는 전제로 접근하는 게 안전합니다.
4) 증거를 급하게 지우거나, 자료를 “정리”한다며 손대는 행동
경찰 연락을 받자마자 휴대폰 기록을 지우고, 카톡을 삭제하고, 사진을 지우고,
계정 로그를 정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해받을까 봐”, “괜히 찝찝해서”라는 이유로요.
하지만 이 행동은 상황에 따라 증거인멸로 의심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많이들 착각하는 포인트
“내 폰인데 내가 지우면 내 자유 아닌가요?”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는 ‘왜 하필 지금 지웠는지’가 문제입니다.
특히 연락 시점 이후의 삭제 행위는 의도와 무관하게 오해를 부를 수 있습니다.
대신 이렇게 하자
- 삭제하지 말고, 필요한 부분은 백업/캡처로 “보존”한다
- 대화/통화 기록은 원본 상태 유지
- 상대방 메시지, 거래내역, 위치기록 등은 날짜 순으로 정리해 두기
중요한 건 “없애기”가 아니라 “정확히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기”입니다.
정리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야 합니다.
5) “그냥 대충 인정하고 빨리 끝내자”는 태도로 진술하는 행동
경찰 조사 경험이 없는 분들은 “아무튼 미안하다고 하면 끝나겠지”,
“그냥 적당히 인정하고 벌금 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형사 사건에서 인정/부인은 단순한 태도가 아니라,
사건의 프레임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왜 위험할까?
- 인정 진술을 하면, 이후 번복이 매우 어렵고 신뢰가 떨어질 수 있음
- 혐의 일부만 해당되어도 “전체 인정”처럼 기록될 위험
- 사실관계가 애매한데 인정하면, 법적으로 더 불리한 죄명이 적용될 수 있음
조사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
조사에서는 “빨리 끝내기”보다 “정확히 말하기”가 우선입니다.
기억이 불명확한 부분은 불명확하다고 말해야 하고,
추측으로 맞춰 말하는 게 오히려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 “그날 대화는 기억나는데, 그 표현은 제가 했는지 확실치 않습니다.”
- “그 부분은 자료를 확인하고 정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같은 방식이 훨씬 안전합니다.
경찰 연락을 받았을 때, 이렇게 대응하면 안전합니다
통화 직후 10분 체크리스트
- 담당자/부서/연락처/사건번호 기록
- “참고인/피의자” 구분 확인
- 출석 요청 날짜와 장소 확인
- 상대방(고소인/피해자)이 누구인지, 사건 유형이 무엇인지 정리
출석 전 준비 3단계
- 사실관계 타임라인 작성: 날짜/시간/장소/대화내용을 ‘순서대로’ 정리
- 증거 정리: 카톡, 문자, 계좌이체, 통화내역, 사진 등 원본 보존 + 필요한 부분 캡처
- 쟁점 예상: 상대방이 주장할 만한 포인트와, 내 입장의 근거를 각각 정리
이렇게만 준비해도 조사 과정에서 말이 흔들릴 확률이 크게 줄고,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참고인 조사라면 대충 가도 되나요?
참고인이라도 진술 내용이 사건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관련자 관계가 얽혀 있는 사건에서는 참고인 진술이 나중에 피의자 전환의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최소한 사실관계와 자료 정리는 하고 가는 게 안전합니다.
Q2. 경찰이 “간단히 물어볼 게 있다”고 했는데요?
수사 과정에서 “간단히”라는 말은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본인에게는 간단하지 않을 수 있고,
한 문장이 혐의 성립과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통화는 짧게, 출석 전에 정리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Q3. 출석을 미루면 불리해지나요?
무작정 회피는 좋지 않지만,
합리적인 사유로 일정을 조율하는 것은 일반적인 범위입니다.
핵심은 ‘회피’가 아니라 ‘준비’입니다.
연락을 끊지 말고, 일정 조율을 명확히 하면서 준비 시간을 확보하세요.
마무리: “처음 24시간”이 결과를 바꿉니다
경찰 연락을 받았을 때,
가장 위험한 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
불안에 휩쓸려 행동하는 것입니다.
오늘 소개한 5가지(무작정 출석, 전화로 장황한 진술, 상대방 즉시 접촉, 증거 삭제, 대충 인정)는
실제로 사건을 더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실수들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 5가지만 피하고
정보 확인 → 사실 정리 → 자료 보존의 순서만 지켜도
상황을 훨씬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경찰 연락 내용이 애매하거나,
내가 어떤 신분인지 불분명하거나,
상대방의 주장과 내 기억이 크게 다르다면
‘일단 말부터’ 하기보다는
먼저 정리하고 대응하는 게 가장 현명합니다.
